바랭이 / 김승기 시인
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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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3 01:04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바랭이
알고 보면 예쁜 얼굴,
밭머리 논둑 길가 놔두고
밭 한 가운데에서
어찌 잡초로 뽑히는가
때와 장소를 따라
분수대로 살면
예쁘게 꽃 피울 수 있는 것을,
어느 누구를 위한 곡식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마지못해 사는 사람이 많은 세상,
물결을 거슬러 오르고 싶은 사람
얼마나 있을까
어지러운 세월
올바른 역사를 위해 변혁을 꿈꾸던
난신적자로 사라진 이들,
밭 속에서 잡초가 된 바랭이였을까
한 평생을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뒤늦게 농부로 밭에 서서
바랭이를 보고 있다
※ 바랭이 : 벼과의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길가, 저지대, 황무지, 논두렁, 밭두렁 등에 자생한다. 잡초로 취급받는 풀로 줄기는 밑에서 갈라져 땅 위를 기며 퍼지고,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잎은 밑부분에서 나온다. 7~9월에 연록색 또는 자주색의 꽃이삭이 나와 연록색의 꽃이 피고, 10월에 열매가 익는다. 한방에서「마당(馬唐)」이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퇴비용, 목초용으로 쓰이지만, 대개는 가축의 사료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