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고마리 / 김승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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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고마리 / 김승기 시인

석당 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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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흰고마리


마알갛구나
티끌 하나 묻지 않는
유리알
아가의 눈동자를 닮았구나

하얗구나
산천 그늘 죄다 비치는
갓난아기의 살결
가을하늘 새털구름을 닮았구나

온몸 가득 가시 세우면
그렇게 나도 맑아질 수 있을까

청정한 물가만을 골라
뿌리 내리며 안간힘 썼어도
비바람치는 세상
이리 밀리고 저리 쓸리며
곤두박질쳐진 진창 굴헝

상처로 얼룩진 몸뚱이
다시 일어서 가시 세우면
마음 화안히 헹구어 비추는
밤하늘 별빛으로 빛날 수 있을까

외딴 길을 멀리 걸어온 지금
돌아보면 깊게 패인 발자국만 무거웁고,
되돌아설 수도 없는
시린 하늘
구름만 흘러가네

말라 있어도 늘 젖어 사는
웃음이 강물 되어 흐르는 얼굴

당신은 가을의 성자
그믐달이 초승달을 품었구나





※ 흰고마리 : 여뀌(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반덩굴성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들이나 산골짜기의 물가에「고마리」와 함께 무리지어 자생한다. 줄기는 모가 지고 갈고리 모양의 억센 가시털이 있어 다른 물체에 잘 붙는다. 잎은 어긋나는데 창 모양의 삼각형으로 잎자루에 날개가 있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자잘한 톱니가 약하게 있다. 8~9월에 흰색의 꽃이 가지 끝에 10여 송이가 둥글게 뭉쳐 피고, 10~11월에 세모진 계란형의 열매가 황갈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고교맥(苦蕎麥)」이라 하여 종자(씨)를 약재로 쓴다. 꽃이 지고 맺는 열매의 종자(씨)로도 번식을 하지만 땅속 뿌리에서 피는 폐쇄화로도 번식을 하는 특이한 식물이며, 개울물을 맑게 정화시켜주는 고마운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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