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온전한 낙화 / 최정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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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온전한 낙화 / 최정연 시인

사슴 0 2659
꽃, 온전한 낙화 / 최정연


당신이 내게로 오지 않았더라면
저 붉은 적막의 문장들을 어떻게 다 읽을 수 있었겠어요
당신이 내게로 오지 않았더라면
피었다 지는 찰나의 상처들을 어떻게
다 받아 적을 수 있었겠어요
작고 고운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올 수 있었는지
봄이 다 지도록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만장한 슬픔을 내려놓고
낙화, 온전한 낙화
허공이 온통 흰 뼛가루인
천인단애(千仞斷崖)의 사다리
천지사방 흔들립니다
당신이 내게로 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최정연 시인
ㆍ경남 의령 출생 2011년『시에 신인상』등단. 2012년 시집『시가 마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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