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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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1

머니 0 3437
억새 1
한문석

잊혀 진 상처의 자리는 환하다
환하지만 아프다
계절의 맨 끝자락에 올라
혼신을 다해 흔드는 저 몸들을 보라
꺾일 듯 꺾이지 않는
네 순결함이다
슬픔으로 젖은 얼굴은
눈물이 바람이 되길 원한다
여린 바람결에도 너는 흐느낀다
어깨를 떨며 속울음을 운다
어쩌다 빗긴 햇살이라도 마주하면
순간 은빛너울이 붉은 물결로 출렁인다
주변의 변화에도 민감하다
하늘이 유난히 맑고 깨끗한 날이면
창이란 창은 다 열어놓고
속 푸른 시냇물 소리를 쏟아낸다
그때마다 물소리가 내 몸을 씻어준다
서편제 한 자락이 고요히 흐르고
  《시와경계》201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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