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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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 최한나

dasarang 0 96
백야행
 최한나



 자작나무들은 꽝꽝 얼어붙은 바람으로 숨 쉰다

 체온을 한껏 낮추고 누워있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꽝꽝 언 날씨이다
심장이 숨는다 광활한 시베리아 숲의 심장은 몸 곳곳마다 저체온을 뿌려댄다
어느 단단한 고체보다 무거운 통증. 가늘고 날카롭게 기계음을 곡선으로 변주한다

 눈멀도록 희디 흰 뼈들을 닮은 자작나무들, 몰핀이 투여된 듯 백야는 견딘다
정지된 설원의 스크린을 달리는 생몰의 시간, 사람과 시신 사이에서 망설이는
숨소리는 수선된 몸을 돌아다닌다

 얼음비늘 같은 자작나무의 호흡을 태운 숨 그네*를 미는 무서운 바람이 분다. 늑대의 잇몸처럼 피 묻은 칼을 핥는 혀처럼 자신의 피를 먹고 견디는 자작나무들은 사람의 미세한 혈관 감각

 사람의 속은 봄을 부르는 불굴의 백야다

 마침내 봄이 이쪽으로 돌아선다. 순록들이 찾아온다. 사슴뿔에 매달려 망설이던 숨이 사람 쪽으로 방향을 튼다

 푸른 이끼색깔의 환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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