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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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정세일 0 1926
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다시 그리운 날에 쓴  아침 편지입니다
봄빛의 고움
우리 어머니의 정갈한 무명색 겉저고리
입이 불록 하도록
새벽에 길어온 정갈한 샘물을
입으로 뿜어
배꽃의 웃음을 닮은 하얀 동정을
숯불 다리미로 다린
반듯함과 그 깨끗함이
다시 설렘과 그리움 속에서 생각하게 하는 아침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그렇게 마음을 들여다보면
풀잎 대문의 첫 단추를 여는 일이
시작이 어데 서부터 되었는지 알수가  없어
그냥 봄에게 돌아가서 물어봅니다.
아직도 봄빛샘물에는
반짝이는
겨울찬바람의 앙탈과 시새움이
얼마나 많은 이슬이 내렸는지
그리움들이
고무신을 신고 걸어가면
종아리에 맺혀 흘러내린 물방울이
철벅 거리도록 고이던 날
어머니의 뒤 칸에 잘 정돈된 장독대와
물이 담겨있는 항아리의 잘록한 허리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다시
설렘이 있는 아침에는 봄빛처럼
고운 눈빛으로 움트는 새싹들에게도 인사를 하리라
안녕
또 안녕
얼마나 많은 길을
그리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그렇게 돌아서 나의 마음으로 봄으로  다시 왔는지
나 자신도
그 샛노란 봄을 가슴에 다 담아둘수는  없어서
내가 언제나 봄이라고 생각만 해도 이슬비가
소리 없이 내 마음에 내렸습니다.
그런 날이면 아침 편지를 당신에게 쓰는 날이면 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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