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같은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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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물같은 내 친구

솔새김남식 0 822
맹물같은 내 친구 솔새김남식

내가 늘 받기만 하는 웬수같은 친구넘이 하나 있다.
언제나 늘 기다렸다는 듯 선물을 사들고 와서
털부싱이 같은 얼굴을 마구 부벼가며
혼자 기뻐서 내 몸을 내버려 두지를 않는다.
내가 미처 안 오면 그 넘은 항상 삐진다.
그를 만나러 갈 때는 종종 혼자 갈 때도 있지만
간혹 정겨운 사람들과 같이 갈 때가 더 많이 있다.

늘 만나면 그 넘은 내게 주는 건 달랑 하나
궁상맞은 낭만을 쌓아서 글 많이 쓰라고
두툼한 노트 하나와 볼펜을 내게 건네 준다.
그리고 책 속에 끼여 있는 편지하나
그속엔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만 수천번
수만번이나 쓰여저 있다.
내 속을 훤히 들여다 보는 그 넘에 말을
믿어야 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켠디선이 좋지 않아서 며칠을 만나지 못하면
떼까지 쓰며 건네 주는 선물이 고마워서
할 수 없이 그를 만나러 가기도 한다.
사실 그넘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다른 친구가 뽀족히 없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그 넘을 좋아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무척 가난하다.
방백수가 된지 너무 오래 되어서 주머니엔
동전한잎 없이서 먼지만 폴폴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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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빈가슴을 채워 줄 사람이 필요할때가 있다.
이를테면 출출 할때 목을 촉촉히 적셔 준다거나
어디든지 갈수 있는 열차표를 마련해 주거나
또는 보고 싶어하는 책을 사 주겠다거나
머어 그런 친구가 사실은 정말로 필요하다.
사내든 계집애든 상관없이 내 뱃가죽을 채워 줄
혈맹같은 친구가 나이가 들면서 부터 더욱 필요하다.

냉혹한 현실속에 그런 친구가 어디 흔하랴마는
맹물같은 친구도 웬일인지 연락이 없다.
사실 그 친구도 주인에게 매여있는 몸이라서
혼자 오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같이 오길 더 바라고 있다.
불경기에 장사가 잘 안 된다고 매일같이 투덜대더니
이사를 갔는지 궁금하다
부도를 내고 줄 행랑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외로울때 친구였던 그 넘을 외면하고 싶지는 않다.

딱히 어디 갈 때가 없을 땐 그넘과 지부지처 하며
긴 밤을 보낼 때는 외로움에는 아주 딱 이다.
이마에 주름살이 보이지 않도록 모자를 꾹 눌러쓰고
낡은 잠바때기 걸치고 다니니까
동네 사람들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혹시 수상한 사람이 아닌가
골목을 지날 때 마다 가재비눈 하는 것을 여러번 봤으며
골목식당 아지매한테서 놀백수라고 손가락 취급까지 받았다.

이번 주말에는 그넘을 만나러 종로통에 나갈까 한다.
두부김치 순대볶음하고 웬수같은 그넘을 만나면
맹물처럼 마셔 댈 것이다.
그래도 그 넘은 만날 때마다 진국이다.
때론 나를 슬프게 해서 달기똥같은 눈물을 보이게 했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내맘을 알아주는 건 그넘 뿐이다.

찬 바람이 불고 날씨가 으슥해서 웬지 쓸쓸함이 묻어나
고독이 먼지처럼 쌓이면 더욱 그리워지는 맹물같은 내친구
막막하고 답답한 거친 세상을 살아 가면서
만약에 그넘이라도 없었다면
사는게 더욱 허전하고 외로움에 그냥 죽었을 것이다.
내 몸이 부서지지 않은 한 맹물같은 그넘과 항상 같이 할 것이다.
고독이 쐬주잔에 가득 넘처나는 어느날 아침에.......
solsae 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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