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비단속 은빛 작은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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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편지

하얀 비단속 은빛 작은 칼

[하얀 비단 속 은빛 작은 칼]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나는 학창시절 몸은 왜소해도 엄청난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기에 대학교 이곳저곳을 다 돌아다니며 활동을 했었고, 수업이 없을 땐 학교 동아리 이곳저곳을 다 기웃거리며 많을 것을 해 보았다.

어느 날 제법 인원이 많던 한 동아리에서 책을 펴니 책 안에 예쁜 쪽지 하나가 있었다. 쪽지를 펴보니, 제법 예쁜 글씨로 “하얀 비단 속 은빛 작은 칼”이라 되어 있다. 내용도 없고 글쓴이도 없이 그냥 그 한 구절만 적혀 있었다.

당시 나는 세상 물정도 모르고 제대로 사랑도 못 해 본 햇병아리 1학년이었으니,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몇 날 며칠을 고민해 봐도 답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접어두고 지냈는데 그게 머릿속에 남아 있었는지, 졸업하고 한참 후에야 떠오른다.

그때는 내가 사랑도 해보고 어느 정도 세상 물정을 알게 되었는지 그 문장이 은장도를 뜻하며, 나에 대한 누군가의 프러포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오판일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을 통해 그 사람에게 말한다.

나를 이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고 궁금하게 만들었으니, 이제라도 나타나 밥이라도 한 끼 사야 하지 않을까? 아니. 평생 가슴에 간직할 추억과 글의 소재를 만들어준 그녀에게 내가 술이라도 한잔 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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