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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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05:42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제일 잘나갈 때가 있고 그 시절이 전성기다. 그런데 그 전성기는 꽃과 같아서 너무 빨리 허무하게 지나간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요 만물의 원리와 같은 것임을, 청춘은 우리에게 몸소 알려주었지만 어리석은 우리는 깨닫지 못한다.
우리는 청춘이 그렇게 짧은 줄 모르고 다소 허무하게 보냈지만 그래도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답고 열정적인 시절로 자리매김하였기에 그 위에 열매를 맺고 키워왔다. 열매를 키우는 과정에는 무수히 많은 비바람이 불었고, 나무를 익혀버릴 것만 같은 폭염과,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만 같은 태풍이 불었다.
그렇게 나무는 여러 해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를 겪으며 세월의 흐름과 삶의 무게를 알게 되었기에 그 모든 과정을 당당히 이겨내고 다시 가을을 맞아도 떨어져 간 꽃에 미련을 두거나 떨어지는 열매에 아파하지 않고 우리에게 세월의 흐름과 세상의 이치를 알려준다.
우리는 매년 수십 회에 걸쳐 꽃이 피고 지는 것을 겪고서 중년이 되어서야 그 모든 것이 성장의 과정이고 순환의 과정임을, 꽃이 떨어지는 것이나 열매가 땅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것이 모두 새로운 시작의 과정이란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 모든 고난의 과정을 불평 없이 극복하고 세상의 흐름과 삶의 무게를 느끼면서 몸통을 키워왔다. 그래서 이제는 꽃이 지는 것에 미련을 두거나 아파하지 않고 기꺼이 열매를 떨구며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나동수 수필집 “시와 당신의 이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