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춤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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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9 07:44
역사는 항상 서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지만 아직도 서민들의 삶은 어렵다. 우리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인지 위정자들의 속임수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어렵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매번 자신이 당선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들을 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아무런 힘이 없는 서민들은 체념한 듯 정치에서 멀어져 간다.
그러나 그들은 모른다. 억새가 결코 광대가 아님을. 결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 늦을지 모르지만 천심은 언제나 들판에 불어 억새를 흔들고 민심과 함께 움직였다는 것을.
억새는 원래부터 바람막이 없는 황량한 들판에서 바람을 맞으며 바람을 이겨내며 살아왔으니, 억새는 나무의 보호 아래 나무를 위해 춤을 춘 것이 아니라 바람막이 하나 없이 맨몸으로 몸을 흔들며 바람을 비껴낸 것이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에 억새는 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춤을 춘다. 한 점 두려움 없이 맨몸으로 춤을 추며 바람을 이겨내고 바람과 함께 공존하기에 달빛이 밝게 비치는 밤 솜털처럼 피어난 머릿결이 은빛으로 황홀하게 출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