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님의 눈물
동안
0
64
11.01 06:27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이 다 아름다워진다.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이든 안 좋았던 일이든 나쁜 것들은 세월의 강물에 다 씻겨 내려가고 말간 형체만 남기에 웬만큼 원수 같은 사이가 아니라면 다 좋은 기억만 남는다.
그것은 우리 뇌의 기억력의 한계나 망각의 작용 같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리라. 그래서 우리는 다들 지나온 시절을 추억하면서 그 시절의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그러한 그리움은, 가을 되면 아름답게 물드는 단풍잎처럼 무르익어 옷깃을 스치는 바람에도 가슴이 울고, 매년 계절을 지내오면서 이제는 가을을 담을 가슴조차 노쇠하여 떨어지는 낙엽이 더 아쉽고 더욱 애처롭다.
거기다 나이가 드니 모든 것이 눈물로 흐른다. 드라마를 보다가도, 하늘을 봐도, 낙엽을 봐도 눈물이 흐른다. 아름답던 추억들은 희미한 기억 속에서 전부 아련한 눈물로 피어나니 잊혀져가던 한 줄의 기억이 더 아쉽고 더 안타깝다.
이제는 해가 갈수록 가을이란 의미가 더 깊게 스며드니 찬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이슬이 맺히고 모든 사연이 눈물 되어 흐른다. 오늘도 새벽 찬바람에 풀잎엔 이슬이 맺히겠지만, 그중 나를 위한 눈물은 없어도 좋다.
-나동수 수필집 “시와 당신의 이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