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길

홈 > 커뮤니티 > 시인의 편지
시인의 편지
 
시인이 쓰는 편지...예쁘게 꾸며 주세요.

하산길

[하산길]

요즘 회사에 오면 점심 먹고 산행하는 게 취미다. 사실 나는 아침에도 뒷산 약수터까지 40분 정도 다녀오는데 아침에 집을 나서기가 귀찮아서 그렇지 집을 나서면 일사천리로 올라갔다 내려올 때쯤이면 아주 상쾌하여 아침 시작이 참 좋다.

그런데 요즘 경제 위기로 식사도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하는 데다, 우리 회사도 사람들이 고령화되다 보니 웬만하면 50대라 운동할 때가 되었는지 한두 명 등산하던 것이 이제는 수가 제법 많이 늘었다.

내가 젊을 때 신문 배달 등으로 다져놓은 체력이 있어 아직 비슷한 연배엔 따라올 사람이 없지만 어쩌다 젊은 마라토너 한 명이 따라붙으면 좀 벅차다. 숨이 안 찬 듯 노래까지 흥얼거리지만 속으론 숨이 차고 점점 벅찬 것을 느낀다.

이 나이 되어 젊은 사람을 이겨서 뭘 하겠냐만 호승지심이라기보다는 덜 익은 자존심이거나 나 아직 살아있다는 몸부림에 불과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나이 먹고 아직도, 더구나 산에서까지 이러고 있으니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안 그래도 요즘 오십견도 오는 것 같고 무릎도 점점 나빠지는 것 같은데 나도 이제 하산길에 접어들었으니 이제라도 욕심과 미련을 버리고 무게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내리막길 실려서 내려가지 않으려면.


-나동수 수필집 “시와 당신의 이야기” 중-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