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핀 꽃
동안
0
65
11.03 07:42
내 젊은 시절을 떠올려 보면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나는 젊은 날 지방의 야간대학을 졸업한 후 아무것도 없는 놈이 외국을 가보려고 노동을 하며 돈을 벌다 특허가 돈이 되겠다 싶어 서울 역삼동으로 변리사 공부를 하러 갔다.
영어를 전공하여 법의 ‘법’자도 모르던 내가 도곡동 조선일보 지국에서 숙식하면서 학원 강사를 했다는 노숙자를 신문사로 모셔 와 민법 강의를 듣고 역삼동에서 특허법 강의를 들으며 변리사 공부를 시작했다(변리사 시험은 당시 사법고시보다 어렵다 평가되던 시험인데 당시의 나는 겁도 없었고 못 할 것도 없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1차 낙방 후 본격적으로 하겠다며 신림동 신문사로 옮긴 후 서울대와 신문사 옥탑방으로 서울대 졸업생들을 데려와 함께 두어 달 2차 스터디를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황당할 정도지만 아마 그들이 당시 내 범생이 스타일의 외모에 속은 것이리라.
그래도 나름 2차 준비도 했으니 이젠 1차에 매진해야 할 것인데 그놈의 고질적인 부족한 끈기는 시험이 다가올수록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는지 중도에 포기하고 때마침 대전에서 올라온 친구 덕에 노량진으로 방향을 틀어 그나마 말단 공무원이라도 하게 되었다.
아직도 집 창고에 있을 파란색 커다란 배낭을 메고 당시 서울과 부산을 얼마나 떠돌았던가? 몇 해 전 친구들이랑 운동도 하면서 몸에 좋은 약초를 캐겠다고 친구랑 온산을 뻘뻘 돌아다니다 문득 본 바위틈에 홀로 핀 도라지꽃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