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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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살

[굳은살]

나는 사실 젊을 때 노동일을 많이 하였다. 낮에 일을 하려고 야간대학에 들어갔지만 학비가 들지 않아 일은 하지 않고 밤낮으로 학교를 다녔는데 용돈벌이로 방학 때 틈틈이 노동일도 하고 페인트칠 보조 일도 하면서 다양한 일을 많이 하였다.

처음엔 친구가 소개해 주는 데를 가서 일을 시작하여 나중엔 노동부 소개소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간혹 동네 공사판에 가서 일 좀 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그분들은 내 외모를 보면서 그런 일을 해 봤냐고 반신반의하면서 한번 해 보라고 한다.

그래도 내가 깡이 있고 요령을 어느 정도 터득했기에 사모래 개는 것도 곧잘 하고 잘 나르는데, 어느 날 내가 벽돌을 나를 때 나는 벽돌을 세 개씩 15단쯤 쌓았던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이 벽돌을 네 개씩 쌓아 나르는 것이었다.

덩치는 나와 비슷했지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일에도 여유가 있어 다른 사람이 힘들어하면 도와주기도 하였고 쉽게 화내는 법이 없었다. 어느 날 그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잔을 받는데 손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드는 것이었다.

손의 크기도 크기지만 그의 손바닥은 누런 굳은살들이 마치 철갑처럼 손바닥을 두르고 있었고 백전노장 같은 그의 손은 내 평생의 귀감이 되었다.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리면 그 사람 손바닥의 두툼한 살덩이가 아직도 황금빛 훈장처럼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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