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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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계절

[성숙한 계절]

어릴 때야 철이 없었다 할지라도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여 애를 키우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세상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이제 조금 철이 들기 시작하는 것 같다. 마음은 아직 청춘이지만, 이제는 사회가 나를 바라보는 나이에 부응해야 할 정도로 나이를 먹었다.

한때는 돈 잘 벌고 술 마시며 밤새도록 잘 노는 것이 멋진 인생이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어느 날 찬바람에 속이 쓰려 일어나 정신을 차려보니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건강만 나빠져 내가 세상을 헛살았던 것은 아닌지 후회가 된다.

이제 뒤늦게 정신을 차려 내 몸도 챙기고 가정도 돌보고 나를 돌아보면서 글도 쓰는데, 마음은 별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몸은 벌써 백발이 다되었고, 애들도 그럭저럭 벌써 다 컸고, 이룬 것 하나 없이 세월만 무상하다.

마침 최근 날씨도 낮의 뜨겁던 햇살이 한풀 꺾여 선선해지고, 나무는 아쉬운 잎을 떨구며 들풀과 함께 말라가니, 이순을 바라보는 백발의 사나이는 이제 웬만한 바람에도, 가을 깊이 우수가 짙어져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지는 낙엽을 보며 일없이 담담하게 낙엽을 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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