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언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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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1 08:44
벌써 내 57번째의 가을이 간다. 계절이 뭔지, 가을이 뭔지를 모르던 때를 제외하더라도 벌써 이십여 번의 가을을 보냈는데 나는 아직도 여전하다. 가을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으면서도 실천이 되지 않는다.
80세 이상은 덤으로 치고 인생을 80으로 잡아 봄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면 이제 나도 가을의 막바지라 늦가을 햇살에 열매가 더 커질 것도 아닌데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있으니 계절은 가을을 보내며 또다시 복습을 시킨다.
뒤늦게 너무 땀 흘리며 무리하지 말라고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계속 불고, 이제는 만족하고 이웃과 나누는 걸 배우라며 가을 들녘을 풍요롭게 물들이고, 이제 그만 비우고 자유로워지라며 예쁘게 물든 낙엽들을 다 날려 보낸다.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고개 들고 엉거주춤하는 나에게 가을은 가면서도 한마디 한다. 잡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선명한 나이테 한 줄 늘 것이니 거울 좀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