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김세영

홈 > 시 백과 > 시집소개
시집소개
 
새로 나온 시집, 소개할 시집을 반드시 사진과 함께 올려주세요.


제2시집 <물구나무서다> 김세영

김세영 0 1672
제2시집 <물구나무서다> 김세영
문학세계사에서 출간
----------------------------------------------------------------

    물구나무서다
                              김세영


오랜 강직성 직립으로 체증이 생겨서
머리통이 건기의 물탱크처럼 말라갈 때
알갱이 가라앉은 과즙병을
뒤집어 놓듯 물구나무선다

오줌통을 위로 올리고
염통을 아래로 내리니,
머리통의 물이 시원해지고
눈이 맑아진다
단전의 피가 따듯해지고
하초가 충만해진다

사막의 미어캣처럼 불안한
직립을 하느라 잊고 있던
손바닥 바코드를 땅에 인식시키자
아기 팔뚝 같은 새순이 솟아올라
입술 속으로 천연가스를 불어넣는다

물구나무에 매달린 수많은 목어들이
굳었던 지느러미가 우화하는 날개처럼
다시 부풀어 올라 파닥거린다

물구나무는
물푸레나무처럼 싱그럽고
수초처럼 부드러워진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