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어린이 시조집 ㅡ『마음 한 장, 생각 한 겹』​(2015, 황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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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어린이 시조집 ㅡ『마음 한 장, 생각 한 겹』​(2015, 황금알)

김영철 어린이 시조집 ㅡ『마음 한 장, 생각 한 겹』​(2015, 황금알)

김영철 시인의 어린이 시조집 『마음 한 장, 생각 한 겹』은 시조의 율격을 맞추어서 쓴
동시조이다. 그는 순수한 어린이의 마음과 눈높이로 맑고 아름다운 서정의 꽃을 피우면서도 시조의
형식을 애써 갈무리한다. “3, 4, 3, 4, 셋, 넷, 셋, 넷,/ 3, 5로 갖춘 뒤에 4, 3으로 마무리/ 한두 자
더해도 되고 빼는 것은 자유지만/ 중요한 종장 첫 마디는 세 글자로 지켜야”(시인의 말)할 것을 분
명히 얘기한다. 이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율격을 통해 시의 접근도를 높이면서, 쏠쏠한 시조놀이로
시를 재미있게 느끼게 할 의도가 분명하다. 대중들과 점점 멀어져 간 시를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시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북돋우어, 장차 어른이 되어도 시를 사랑하고 읽고 쓰는 고급 독자나 미
래 시인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다. 하여, 이번 어린이 시조집 발간은 귀하면서도 값지다.
김영철 시인은 우주적 상상력으로 허공을 직조하는 시법이 뛰어나다. 아이가 어머니 몰래 “찬장에
올려놓은/ 붉고 예쁜 사과를//천천히/ 아주 맛있게// 살금살금 먹”는 행위를 통하여 월식이라는 우
주쇼를 보여준다. 실실 웃는 푸른 아이는 엄마의 등 그림자라는 우주 안에서 시 「개기 월식」을 완성
한다. 착한 일을 오래 하면 구름을 움직일 수 있는 리모컨을 꿈꾸며 “햇볕이 따가운 날엔 커튼 되
어 그늘 만들고” “버튼 하나 눌러서 단비 내려 주름 펴는” 것도 어린아이가 물렁물렁한 흙으로 반죽
을 빚듯 즐거운 놀이가 된다(「만능 리모컨」). 반반씩 나눠 먹으려다 바람에 뺏긴 뻥튀기, 또는 하늘
에 계신 할머니가 한 번에 못다 드시고 남겨 놓은 카스텔라 (「상현달」). 이러한 시편들 역시 우주적
상상력과 연대하면서 천진한 동심을 만끽할 수 있다.
김영철 시인의 시편들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덕목을 갖추고 있다. 가령 “반딧불이 청
사초롱 잔잔한 둑을 따라/ 콧노래를 부르며 따뜻해진 아이 손에/ 둥근 꿈 예쁘게 그릴 달빛 한 줌
쥐여 있다.”(「언덕의 꿈」)에서 보면,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넘어 서로 손을 잡고 어울림으로써, 따뜻
해진 손에 달빛을 얻는 상보적인 관계망을 이루고 있다.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이기 때문일까. 손안
의 달빛을 발견한 건 어른이지만, 아이를 통해서 얻은 보석이다.
이번 시집은 재미있다. 읽는 대로 눈이 즐겁고 웃음을 자아내고 가슴을 짠하게 한다. “온 마음 하늘
에 맡긴 채 몸을 감는 무, 몸매 좋은 가지와 얼굴 동그란 예쁜 감도”(「다이어트」) 햇살을 먹고 함께
운동하는 풍경은, 저절로 운동을 고양시킨다. 시 「마음 한 장, 생각 한 겹」에서 “찔리기 쉬우라고 그
른 생각엔 뿔이 나고// 겹겹이 쌓으라고 바른 생각엔 꿀이 나지// 색깔도 모양도 없지만, 꽃향기가
풀풀” 난다. 아픈 마음 한 장을 구겨버리고 새로 태어나는 마음을 ‘뿔’ ‘꿀’ ‘풀’이라는 음소의 친화성
으로 시 읽는 재미와 생각에 대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김영철 시인의 심상에 있는 동심의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고마운 것 한 가지// 미안한 것
한 가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지 못한 한 가지.”(「세 줄 일기」)가 아닐까 싶다. 늘 매사에 감사하
는 마음은 겸손과 사랑의 결집이다. 미안한 마음은 사물에 대한 측은지심의 발로일 터. 이렇게 노
력하고 실천하더라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지 못함을 늘 반성하는 시심은, 흐르는 물에 이끼가 끼
지 않듯 시인의 청정한 마음이 시를 아름답고 맑게 한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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