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명 5시집 <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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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명 5시집 <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동호/조남명 0 6858
∣시인의 말∣

  누구든지 가슴속에는 시가 고여 있습니다. 다만 쓰지 않았을 뿐입니다.
시를 읽고, 이해하고 분석해야 되는 것은 아니며, 그저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면 되는 것입니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많은 시들이 얼마나 살아서 남을까 염려하면서,
5번째 시집을 미흡한 가슴으로 세상에 내놓습니다.
누군가 단 한사람의 가슴에라도 작은 위안과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더 기쁜 일은 없겠습니다.

                                                              2018년 봄 
                                                                조 남 명

< 평 설 / 요약 뒷표지  >

  조남명의 시는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통해 삶을 성찰
하는 여유로운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시인의 삶
의 응시와 그것을 대하는 진솔함 그리고 삶의 속살을 눈여겨 볼 수 있
다. 그의 시에서는 인간에 대한 관찰, 솔직함과 단순성, 그리하여 삶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삶에 대한 긍정과 생에 대한 알레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을 찾아가면서 서서히 그의 시에 동화되어 나아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또 다른 여유를 찾아주는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조남명의 5시집에는 삶을 향한 따뜻한 긍정과 생을 지향하는 알레고
리가 펼쳐지고 있다. 그의 시가 드리우는 단순함과 삶의 응시는 진솔한
삶의 속살을 잔잔하게 펼쳐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인간에 대한
관찰과 존중으로 주변을 감싸 안으면서 생을 더 힘차게 밀고 나아갈 것
이라고 믿고 있다.            _김완하 시인. 한남대 교수     

   
< 차례 >

시인의 말
제1부  /  나뭇잎 하나

그대와 나 ● 12
속내 ● 13
옥계玉溪폭포 ● 14
계룡산鷄龍山 ● 15아내 ● 16
나뭇잎 하나 ● 18
하얀 길 ● 19
마음의 그릇 ● 20
장미의 진심 ● 22
조물주의 배려다 ● 24
고추잠자리 ● 26
애보기 ● 28
인연의 끈 ● 30
맨발이 ● 31
십이월 ● 32
물이든 사람이든 ● 34

제2부  /  접시꽃

접시꽃 ● 36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 37
미역국 ● 38
덜 채워진 그릇 ● 39
행복 ● 40
단풍나무 ● 41
대추나무 ● 42
향기 ● 43
대나무 ● 44
딸그락 소리 ● 46
욕심과 양심 ● 48
어미 소 ● 50
엄지장갑 ● 51
시집을 보내고 나서 ● 52
시아버지 목욕 ● 54
그리 살아야겠다 ● 56
밤꽃 필 무렵 ● 58
쌀밥 ● 60

제3부  / 세상이 거울

얼마나 행복 ● 64
소나무 깊은 속 ● 65
책 ● 66
모과木瓜 ● 68계수나무 ● 70
가을, 저만치 오고 ● 74
대단한 시나 쓴다고 ● 75
겨울억새 ● 76
세상이 거울 ● 77
지금이 ● 78
둘인데 하나 ● 79
제 노릇 ● 80
뱀 ● 82
아리랑 ● 84
많이 늙었다 ● 86

제4부  /  미안합니다

그 때 행복 ● 88
더 아름다운 꽃 ● 89
지푸라기 속 ● 90
어떻게 살고 있나 ● 92
들꽃 ● 93
복수초福壽草 ● 94옥수수 ● 95
안개꽃 ● 96
연꽃 ● 98
콩 바심 ● 100
초파일 ● 102
가족家族 ● 104
목욕 ● 105
얼굴 ● 106
동백꽃 ● 107
미안합니다 ● 108
꽃샘추위 ● 109
그대와 걷던 길 ● 110

해설┃김완하 ● 111

- 생을 향한 긍정과 시적 알레고리


                                < 詩 일부  >

* 접시꽃
                    조남명

마당가에
홀로 서
붉게 피어난 꽃

어릴 적
대문 나와 기다려 주던
어머니

가신 지 오래 되도
그 모습
눈에 밟혀

그 꽃
해마다 심어놓고
곁에서 봅니다


* 그때 행복

나한테도
행복한 날 오겠지

쉬는 것도 잊고
정신없이 일만 하며
고대하며 기다렸지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
어느 날 되돌아보니

그게 행복이었어
그때가


* 더 아름다운 꽃

햇살 가득한 봄날
둘이서
산길 걸어가면

긴 가지 끝에 피어난
꽃들이
손을 흔든다

다가가서
들여다보면
꽃잎에 많은 상처가 있다
흔들리는 꽃은 상처를 입는 것

흔들리는 네 모습
다른 꽃보다 아름답다
더 향기롭다


* 지푸라기 속

누구는 지푸라기도 붙잡아 보려
했던 적이 있었을 게다
안 해본 사람은
행복했던 거라 생각하라

아무나 붙잡으라고
길가에 널부러져 있는 게 아니다
이것은 혼자서 도저히
불가항력일 때 최후 열 손가락 움켜쥐는 것

아무 때나
이걸 잡으려 손 내밀지 마라

인생이 실패에 빠져 회생하기 어려울 때
길바닥에 두 다리 뻗고 주저앉아
땅을 치고 슬퍼하는 자
이걸 붙잡고 다시 일어나는 거다

진흙에 투지와 희망을 섞어
지푸라기 넣어 짓이겨
깨지지 않는 강한 벽돌로
넘어진 집을 다시 세우기
바라고 있는 거다


* 어떻게 살고 있나

바위는 
바위끼리
굳게 붙어서 산다

바람은
바람과
한데 섞여 산다

산은
죽어도 옆을
넘보지 않는다

물은
서로 만나
부족한 곳을 채워주며
한결같이 산다

나는 
바위, 바람, 산, 물처럼 사는가


* 들꽃

지금 그대로
네 모습이 좋다
순수하다

그것이 너의
충분한 매력
아름다움이다

너를 또 한 번
보고싶게 하는 끌림이다


* 복수초福壽草

얼음 눈 틈새 뚫고
밀어올린
노란 꽃
볼수록 눈을 뗄 수 없다

저 병아리 같은
여린 것이
당당하게 꽃가슴 열어젖히고
시린 바람에 떤다

누가 시켰는지
타고난 천성으로 피워낸
노란 꽃술의 울림
용케도 벌이 찾아들고

계절의 맨 앞에 선
노란 복수초
버들갱이, 목련을 깨워
어김없이 봄 만들어간다


* 안개꽃

뒤에서 받치고
어울려만 준다

나타내려고도
난 체 할 줄도 모르고
너무 작아 속상하다
그러나
속은 멀쩡하게 들어찼다

늘 다른 꽃의
배경만 되어
안개 속에 가려있는
얼굴 없는 서러운 이름

깊이 들여다보면
갖출 것 다 갖춘 작지만 큰 꽃
제대로 보는 이 없어도
오밀조밀 생겨
은은한 그리움 같은 너

화려한 꽃보다 더 아름답다


* 연꽃

진흙 속 몸에
혼탁한 것 다 아우르는
깊은 속으로
꽃을 피워낸다

소담스런 둥근 연잎 짓고
순결한 힘으로 밀어 올린 꽃대
선화禪花의 말간 미소
그 속에 부처님 앉아있다

누가 흐린 세상이라고
탓하고만 있는가
진흙탕에
순수함 건져내어
세상에 내놓는 모습

찾아오는 사람마다
씨앗 한줌씩
빈 가슴 여미며 넣어준다
연꽃처럼 살다보면
마음도 연잎만큼 둥글어진다며


* 콩 바심

아내는 심심할만하면
느닷없이 말을 꺼낸다
첫 아들 가져 만삭되어 배가 아파와
이십 리 떨어진 시골 어머니를
아침 일찍 데리러 간 사람이
저녁 어둘 때 되어서야
늦게 돌아왔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백번은 들었을 것
그땐 시골에 가보니,
뽑은 콩대가 마당 가득 펴있고
어머니는 이번 나가면 금방 못 오니,
비오기 전에 급히 도리깨로 두드려
바심을 하고 가자며,
첫애는 금방 안 낳는다고
그것 하고 오느라 늦었었다
그날 아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픈 배로 무섭고 공포에 떨며
간 사람을 원망하며, 까맣게 홀로
기다리고 있었을 게다
저녁에야 병원으로 가서
그날 자정 무렵에 수술로 몸을 풀었다
요즘 딸년이 남산만한 배로
버티고 다니는 것만 보면
으레 “또 가서 콩바심 하고 오지,
사람이 죽고 사는데 그것이 문제여” 그런다
이 말은 언제까지 들어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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