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신간 시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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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신간 시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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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산그늘에 눈이 아리도록 피어있던 꽃을/어느 새 나는 잊었습니다/검게 타들어가며 쓰러지던 꽃대도, 꽃대를 받아 삼키던 흙빛도 기억나지 않습니다/바위에 남겨진 총탄자국도, 꽃 속에서 들리던 총성도, 더는 내 마음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다, 다, 잊었습니다…” (나희덕 ‘붉디붉은 그 꽃을’) 신현림‘해질녘에 아픈 사람’나희덕‘사라진 손바닥’안도현‘외롭고 높고 쓸쓸한’등

올 가을 신현림, 안도현, 나희덕 등 ‘굵직굵직’한 작가들의 신작 시집이 대거 출판돼 가을 시심(詩心)을 자극한다. 이들은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 그리움, 일상과 관계에 대한 성찰을 폭넓게 조명한다.

신현림의 ‘해질녘에 아픈 사람’(민음사)은 여성의 현실을 직시하는 시인 특유의 ‘당참’이 엿보이는 시집. ‘싱글맘’ ‘낙태’ ‘창너머 신생아실’ ‘여자의 집으로 가는 길’에선 여성의 일상과 노동, 가족 등 무거운 소재를 현실감 있게 풀었다. 표제작인 ‘해질녘에 아픈 사람’ ‘우울한 육체의 시’ ‘어디에도 없는 사람’은 현대인의 단절감, 고립, 관계에의 갈구 등을 말한다.

꾸준히 사랑 받는 안도현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문학동네)은 94년 나왔던 동명 시집의 개정판이다. 시인 특유의 감수성과 진정성, 투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연탄 한 장’ ‘제비꽃’ ‘땅’ ‘마늘밭 가에서’ 등 주변의 작은 사물, 소소한 일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아내는 시인 특유의 감상이 한 축을 이루며,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 ‘국방색 바지에 대하여’ ‘자작나무를 찾아서’ ‘새길’ ‘학교로 가는 길’ 등 현실과 사회의 불합리에 대한 조용한 외침, 일상의 에피소드와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시인의 초기작들이 실려있다. 창작과비평사에서 나오는 신작 ‘너에게 가려고 강을 건넜다’도 곧 출판될 예정.

나희덕은 다섯 번째 시집 ‘사라진 손바닥’(문학과지성사)을 들고 나왔다. 건조한 필치로 주변의 사물과 존재들을 끌어안는 시인은 ‘흰 구름’ ‘진흙 눈동자’ ‘단지(斷指)’ ‘소풍’ 등에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섬세한 관찰을 보여주며, ‘연두에 울다’ ‘그림자는 어디로 갔을까’ ‘누가 우는가’ 등에선 내면을 응시하는 시인 특유의 ‘관조’가 느껴진다.

이향희는 ‘내 핸드백 속에는’(시평사)에서 일상을 독특한 시어와 감수성으로 반추한다. ‘아찔한 봄날’‘실없이 픽픽 웃는 놀이터에서’‘생뚱과 엉뚱의 차이에서’ 등 현실과 주변의 일상을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사유로 바라보는 시인 특유의 날카로움이 여전히 묘미를 전한다.

김기리가 지은 ‘오래된 우물’(시와 사람)은 인간의 삶에 있어 소중한 것이 무엇이고 지켜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한다. 자연, 가족, 관계 등 소소한 일상과 사물들 속에서 가볍지만은 않은 의미를 끌어내는 시인의 섬세한 감성이 그대로 전이돼 오는 시집.

더욱 깊고 커진 울림으로 인간의 열정과 고독, 근원적 비애를 담아내는 김태형의 두 번째 시집 ‘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문학동네), 2000년 계간 ‘문학과의식’에 당선된 김윤하의 첫 시집 ‘나의 붉은 몽골여우’(문학아카데미), 삶의 현실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강태기의 ‘사랑은 죽지 않는다’(열매출판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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