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기 바람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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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바람이었네

정연복 0 1275
<한 줄기 바람이었네>

순백(純白)의 교복 깃을
숯불 다리미로 꼭꼭 문질러
드높은 지조인 양 곧추세우고
열병처럼 꿈을 앓던 여고 시절이
바로 엊그제만 같은데

세월은 벌써
바람이 산마루를 훌쩍 넘듯
오십 고개를 넘은 지 오래
아, 이렇게 세월은
바람처럼 무심히 흐르는 것인가

이제껏 내 인생의 발걸음은
어디를 그리도 바삐 서성거렸나
지금 나의 인생은
어느 길 위에 서 있나

꿈결인 듯 그이를 만나
그이를 사랑하고
그이와 함께 오순도순 살아온
지난 세월은
한 줄기 바람, 바람이었네

그래도 나는 알지
그 바람의 끝이야
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끝에는
그분의 말없이 크신 은총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젊은 날의 흩어진 꿈의 조각들도
앞으로의 내 생의 호흡과 매 순간의 발걸음도
그분의 가없이 넓은 품속에 있다는 걸
나는 직감으로 알지
그 느낌으로 하루하루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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