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생애

홈 > 시 사랑 > 나도 시인 > 정연복
나도 시인


아직 등단하지 않았지만 시에 관심과 조예가 있는 분들의 자기 작품을 소개합니다.
등단시인은 시인약력에 본인 프로필을 등록하신 후 회원등급 조정을 요청하시면 <시인의 시>에 작품을 올릴 수 있습니다.

나무의 생애

정연복 0 1362
나무의 생애 / 정연복

비바람 드센 날이면
온몸 치떨면서도
나지막이 작은 신음소리뿐

생의 아픔과 시련이야
남몰래 제 몸 속에
나이테로 새기며

칠흑어둠 속이나
희뿌연 가로등 아래에서도
고요히 잠자는 나무

보이지 않는 뿌리 하나
목숨의 중심처럼 지키면 그뿐
세상에 반듯한 집 한 칸
장만하지 못하고서도

햇살과 바람과 이슬의
하늘 은총 철석같이 믿어
수많은 푸른 잎새들의
자식을 펑펑 낳는다

제 몸은 비쩍 마르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기른 것들과
늦가을 찬바람에 생이별하면서도
새 생명의 봄을 기약한다

나무는 제가 한세월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