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
누룽지 / 정연복
투박한 양은솥에
이 몸 으스러지도록
펄펄 끓어도 좋다
백설(白雪)같이
눈부신 밥 아래
칠흑어둠 속에 머물러도 좋다
언제나 나의 순서는
맨 꼴찌일 뿐이지만
얇디얇은 이 가난한 몸뚱이
부글부글 끓어
이윽고 용솟음쳐 올라
그대의 탁한 목구멍 뻥 뚫어주거나
불편한 속 달랠 수만 있다면
그대의 입맛 돋구어
살맛마저 치솟을 수 있다면
이 한 몸
남김없이 스러져도 좋다
투박한 양은솥에
이 몸 으스러지도록
펄펄 끓어도 좋다
백설(白雪)같이
눈부신 밥 아래
칠흑어둠 속에 머물러도 좋다
언제나 나의 순서는
맨 꼴찌일 뿐이지만
얇디얇은 이 가난한 몸뚱이
부글부글 끓어
이윽고 용솟음쳐 올라
그대의 탁한 목구멍 뻥 뚫어주거나
불편한 속 달랠 수만 있다면
그대의 입맛 돋구어
살맛마저 치솟을 수 있다면
이 한 몸
남김없이 스러져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