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용의 '섬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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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관한 시 모음> 선용의 '섬은' 외

정연복 0 8854
<섬에 관한 시 모음> 선용의 '섬은' 외

+ 섬은

파란 물결 들판에
홀로 핀
한 송이 꽃



파도 소리
그리운
작은


귀.
(선용·아동문학가)


+ 섬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상처의 향기로 서로를 부르는,
(복효근·시인, 1962-)


+ 별이 나에게

작은 섬
하나 있기에
파도는 흰 물결을 만들고

작은 꽃
하나 있기에
나비는 아픈 날개를 쉬고

네가
거기 있기에
나 오래오래 반짝이리.
(전영관·아동문학가)


+ 파도야, 그 돌탑을

한반도 최남단 손바닥만한 섬
선착장 바닷가에
내가 쌓아놓은 돌탑

파도야, 제발
그 돌탑 쓰러뜨리지 마라

우리 바다 지켜달라고
소원 담아 쌓은 탑이란다.

꿈속에도
마라도 그 돌탑 생각뿐이다
(정용원·아동문학가)


+ 섬의 일지 - 애월 포구

섬에는 애오라지 기다리는 것뿐이라.
등대는 하루 종일 기다리는 일뿐이라.
두 눈이 빨개지도록 기다리는 너뿐이라.

도대불*
나의 포구로
긴 
하루가
정박한다.

굽 낮은
신발을 끌고
달이 하나
놀러와

서녘 쪽
둥그대당실
밤새도록 뜨는 섬.
(고춘옥·시인)
* 도대불: 옛날에 포구에 들어오는 배를 위해 불을 밝혔던 등대의 전신


+ 바위섬

울고 싶다고
다 울겠는가
반쯤은 눈물을 감추어두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
사는 것이
바다 위의 바위섬처럼
종종 외롭고도
그렇게 지친 일이지만
가끔은
네 어깨와 내 어깨를
가만히 대어보자
둘이다가도 하나가 되는
슬픔은 또한 따스하다
울고 싶다고
혼자 울겠는가
반쯤은 눈물을 감추어두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 
(홍수희·시인)


+ 섬에서 울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은 안다
섬이 왜 바다에 홀로 떠 있는 것인지
떠나간 사람을 기다려 본 사람은
백사장에 모래알이 왜 그리 부드러운지
스스럼없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인지를 안다
섬은 그리움의 모래알
거기에서 울어 본 사람은 바다가 우주의
작은 물방울이라는 것을 안다
진실로 우는 사람의
눈물 한 방울은 바다보다도 크다

바다 갈매기는 떠나간 사람의
잡을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것을 안다

서해의 작은 섬에서 울었다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는 섬의 마음을 보고 울었다
그 외로움이 바로
그대가 오고 있는 길이라는 걸
그대가 저기 파도로 밀려오고 있는 작은 길이라는 걸
알고 눈이 시리도록 울었다
밀려와 그대 이제 이 섬의 작은 바위가 되어라
떠나지 않는 섬이 되어라
(원재훈·시인, 1961-)


+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과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근심 걱정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김승희·시인, 1952-)

* 엮은이: 정연복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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