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다
벚꽃, 지다 / 정연복
꽃샘추위 심술
슬그머니 뿌리치고
나 보란 듯이
수많은 알갱이
하얀 불씨로 피어나
한밤중에도
환히 불 밝히며
엊그제까지만 해도
가지가 출렁일 듯
빛이 번성하더니
밤새 내린 가랑비
한줄기 봄바람도 못 이겨
아롱아롱 슬픔의
눈(雪)으로 내려
갓난아기
앙증맞은 손톱 같은
작디작은 이파리들
소복소복 꽃길 되어
뭇 사람들의 억센
발길 아래 스러지더니
아,
어느새 벚꽃 가지마다
연초록 눈부신
잎새들 무성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