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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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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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2013..

이종화 2 1278
늦여름,  2013...


불안하게 부풀던 이름이여,
새벽부터 찾아온 채권자,
둔감해진 나의 가을은 어느날
피의자가 될지 모르리, 퇴출된
어느 별이 그랬듯이..

시집처럼, 아무데나 펼쳐지던
한 장짜리 나날들,
올해도 사랑은 전문가의 평가와
지도가 필요했다, 약자를 괴롭히면
안 되는 이유에도 다시 긴 설명이...
세상은 역시 뜨거워지며 침침해진다
예상대로 길어진 평균수명과
그만큼 길어진 늙은이들의 한숨 소리,

축배의 노래는 저 멀리 지나가고
오래된 시름소리와 다시 술잔을 나눈다
친구여, 새로운 그 계획이 이 계절에
어울리겠는가..

여치의 울음은 더 우울해지고
잠자리의 하늘은 작아져 가고
점점 길어진 나비들의 휴식 시간,
올해도 꿀을 털린 벌들의 아우성과
매미는 소음으로 다시 분류됐다

이제 각자 또 다른 계절로
떠나야 할 시간, 주고 받은 시간은
생각대로 정산해 가며
시인들도 자기 시를 해명해야 하는
이미 추상화된 세상으로


(.....귀뚜라미는 발성 연습 중...)
2 Comments
한성국 2013.09.02 10:04  
나이를 먹고 시대에 호흡하며 더러는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는 우울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무엇이 우울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 간절하다, 그래서 여치의 울음은 더 우울해지고, 매미의 울음은 소음으로 분류돼었을까?  한 참을 머물게 해주신 쌤님에게 고맙습니다.
이종화 2013.09.03 11:58  
우리만 그러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호승 시인이 얼마 전 35년 전에 쓴 시로 곤욕을 치루는 것을 보고 세상 참 야박하고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리석은 제 늙은 눈에는 암만봐도 .. 시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심인 오랜 친구 녀석들과 소주 한 잔하다 우연히 누가 그 시를 화제로 떠 올려, 뭐가 문제냐고 했다가 저도 집중포화를 맞았네요
역시 가까운 세상조차 자유롭지가 못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그냥 웃어야지요, 세상사..
허름한 글을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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