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로 간다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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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4 06:08
산다는 것이 뭔지 명확히 정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억겁의 세월 무수히 많은 생명들이 무수히 많은 삶을 살다 갔음에도 정의하지 못한 것이니 그 누구도 정의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 누구도 섣불리 정의해서도 안되겠지만, 나는 오늘 코끼리리라도 만져보려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보통 별의 만분지 일 정도이니, 아무리 큰 산도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할 것이고, 세상 모든 사물은 형체는 제각각이지만 본질이나 그 특징은, 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또한 다 비슷하다 할 것이다.
좀 단순화시켜, 인생을 물에 비유해 본다면, 우리는 다들 하늘에서 한 방울의 깨끗한 물로 태어나 산천을 흐르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어릴 때는 다른 물방울들과 함께 산과 계곡, 들판을 흐르며 나름 순진하게 살았을 것이다.
산에서 내려와 세상에 나가면서부터 물은, 세상의 볼 것 못 볼 것을 다 구경하면서 조금씩 때가 묻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세상의 달달한 맛도 보고 세상의 쓴 맛도 보고, 시궁창에도 빠졌다가 다들 열심히 헤치며 개천으로 간다.
개천을 돌고 돌아 강을 향해 가다 보면 가끔 구정물이 보태지기도 하지만, 자갈과 늪 물풀을 헤치며 자신을 정화시키면 악취는 나지 않는다. 강물이 점점 넓어지면 바다가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기에 그동안 왔던 길을 되돌아보면서 더 작아진 모래와 늪 물풀에 자신을 정화시킨다.
그렇게 강을 지나 바다에 도착하면 그는 다시 하늘로 올라가 새로운 물방울로 태어나니, 저 물처럼 우리도 어쩌면 우주의 한 점에서 출발하여 다시 우주로 돌아가는 한 점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