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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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 호수

[초저녁 호수]

사람이 오십이 넘어서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딱 오십이 되어서 시작한 것이 있다. 바로 글을 쓴 것이다. 나는 이제껏 문학의 문자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문학에 대해서는 관심 없었고, 글도 제대로 쓴 적이 없었다.

오죽하면 읽어본 문학책이 고등학교 필독서 몇 권으로 손에 꼽힐 정도에 불과하고, 글이라야 대학 논문도 제대로 써 보지 않았고 일기도 쓴 적이 없는데. 그런 내가 오십이 되어서 시를 쓰다니.

내가 시를 쓰게 된 것은, 우리 아파트 탁구장에서 동호회 회원들과 탁구를 치다 마치면 함께 뒤풀이로 술판을 벌였는데 어떤 형님이 수제 맥주를 만들어 와 그 향기에 반해 다음에 또 만들어 와 달라는 의미로 조잡한 시를 한 수 만들어 카톡방에 올렸는데 그 반응이 나쁘지 않아 시를 쓰게 되었다.

시가 뭔지도 모르던 내가 누군가 가볍게 던진 칭찬 한마디에 고무되어, 당시 아무런 목표 없이 살던 내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양한 주제로 시를 써보게 되었는데 내 섣부른 판단에 그리 나쁘지 않아 보여, 제대로 된 입문서도 보지 않고 무작정 좋은 시를 보면서 나의 감흥을 접목하여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시인도 못된 놈이 나름대로 시의 경지를 정해두고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 하나로, 이론에 얽매이거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로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소재로 시를 썼다. 초저녁 식사 후, 내 잔잔하던 가을밤 호수에 돌을 하나를 던진 것인데, 아마 달도 이해를 하고 웃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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