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동안
0
33
01.03 06:13
내가 어린 시절 아이들이 동네를 주름잡으며 주로 하는 놀이가 딱지치기, 자치기, 팽이 돌리기였다. 그중 팽이 돌리기는 주로 겨울에 하였는데 긴 줄에 팽이를 감은 후 던져서 돌리는 것과 길쭉한 팽이를 채찍으로 쳐서 돌리는 것이 있었다.
요즘엔 팽이도 발달하여 실내에서 큰 기술 없이 톱니가 달린 줄로 잡아당기면 되지만 예전에는 팽이에도 나름 상당한 기술과 힘이 필요하였다. 긴 줄을 팽이 아랫면에 감아 던져서 돌리는 팽이는 얼마나 꼼꼼하게 팽이 줄을 감아 잘 던지고 마지막에 낚아채 힘을 불어넣는가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채찍으로 쳐서 돌리는 팽이도 얼음판 위나 매끈한 바닥에서 채찍 줄을 감아 팽이를 돌리거나 손으로 팽이를 돌린 후 채찍으로 팽이를 채찍질하는데 그때의 쾌감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채찍질의 쾌감이라 하여 마치 새디스트 같은 것이 아니라 채찍질을 할 때의 손맛이라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팽이의 채찍은 면 재질의 길쭉한 것이 좋은데 너무 두꺼우면 팽이가 튕겨나가므로 적당한 굵기의 면이 딱 좋다.
그런 채찍은 팽이를 때리면 때릴수록 팽이에 감기는 듯한 손맛이 느껴지는데, 거기다 채찍 끝에 얼음바닥의 물이 조금 젖으면 진짜 찰지게 감기면서 팽이가 정말 잘 돌아간다. 그럴 때의 팽이는 비틀거리지 않는 것은 물론 마치 세상에 홀로 우뚝 선 것처럼 아무런 흔들림조차 없이 고요히 돌며 서 있는데 그 상태에서는 세상 어떤 팽이가 부딪쳐와도 쓰러지지 않고 튕겨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