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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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겨울비] 

겨울에는 비가 잘 오지 않는다. 자연은 상큼한 봄날 촉촉이 비를 적시고, 정열의 계절에 한껏 물이 오르더니, 가을되니 점점 말라 이젠 뼈대만 남았다. 나무도 이젠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생존을 걱정하는지 잎에는 단 한 방울의 물도 보내지 않는다. 외모를 치장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간혹 뭉쳐 웅성거리던 구름도, 그 동안의 상처를 덮으려는 듯 새하얀 눈이 되어 내리고, 어쩌다 포근해진 날씨에 비가 내리더라도 많이 내리지 않아 젖줄이 되지 못하고 갈증만 키운다. 대지는 갈수록 목이 마른지 골바람에 갈라진 쇳소리를 내고,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로 가득해진 세상에 사람들은 입을 닫았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 퇴근길, 요즘은 코로나로 딱히 약속도 없지만, 그래도 회사 건물을 나서는 순간은 마치 꿈을 찾아 나서는 사람처럼 왠지 모르게 홀가분하다. 특히 오늘처럼 약한 비라도 내리면 울적해진 마음에 그냥 맞고 간다. 버스정류장까지 거리는 200미터 정도. 가는 길에 빗줄기가 조금 세져도 그냥 달리면 되는 거리다.  

마침 내린 보슬비를 맞고 가는데, 비가 조금 더 내려 내 안경을 적시더니 어느새 눈물처럼 흐른다. 손을 머리 위에 올린 채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재촉하는데, 줄기가 늘어나더니 벌써 빗물이 하수구 쇠창살 사이로 빨려들 듯 흘러가니, 내 마음은 어딘가 지글지글 빗소리처럼 굽히고 있을 빈대떡집을 향해 달려가는데, 코로나가 추억의 문을 모두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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