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시장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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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9 06:25
우리 장모님은 영도시장에서 장사를 하신다. 장인어른께서 일을 하실 때는 집에서 살림을 사시다, 약 15년 전 장인어른 퇴직 후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하셨는데, 생선을 판매하신지만 벌써 10여년이 되어간다.
우리 부부가 시장에 놀러 가면 장모님께서는 회를 자주 사 주시는데, 어느 겨울날 회에다 함께 소주 한잔 하면서 소주잔을 따르는데, 장모님의 손마디가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내가 노동일을 많이 해봐서 노동일 하는 사람 손을 많이 봤지만, 장모님의 손만큼 마디가 튀어나온 사람은 보지 못한 것 같다.
항상 생선을 만져야 하는 직업이지만, 생선의 신선도를 위해서라도 생선 좌판 주위에 열을 가할 수 없기 때문인지, 손을 맞잡아보니 찹찹한 것이 찬물이나 찬 생선을 너무 오래 만져서 마디가 관절염처럼 부어 있었다. 저 야윈 몸으로 영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골바람을 자식들을 대신해 혼자서 다 맞으신 것만 같았다.
설 명절은 항상 제일 추운 절기에 있지만, 시장에 사람이라도 복작인다면 바람도 막고 그 열기가 장모님 손을 좀 데워 줄 텐데, 언제부턴가 사람이 줄어들더니 코로나까지 덮친 이제는, 명절이 코앞이라도 사람들이 시장을 찾지 않는다. 어쩌면 사람들도 시장을 따뜻하게 데워줄 여유가 없을지 모른다. 재래시장 현대화로 시장을 아무리 현대화해도 사람만큼 따뜻한 것이 없고 사람의 입김만큼 따듯한 바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