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동안
0
27
03.07 05:56
그토록 기다린 봄이건만, 코로나에 제대로 나들이를 못하니 마음은 여전히 차가운 겨울이다. 봄은 벌써 다양한 소리를 토해내고, 온갖 향기를 풍기며 화사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와 있을 텐데, 아직 봄이 느껴지지 않는다.
봄은, 산과 들에서 얼음을 녹여 계곡으로 하여금 졸졸졸졸 하모니카를 불게하고, 산새들로 하여금 뾰로롱 뾰로롱 노래를 부르게 하고, 지천으로 기화요초를 터트려 화려하게 장식을 하고, 화사한 향수를 뿌려 자신의 왕림을 알리는데,
반갑게 맞아야 할 우리가 코로나에 붙잡혀 꼼짝을 못하고 있으니 누구도 기꺼이 달려 나가 봄을 맞이하지 않고, 마음껏 봄을 만끽하지 못하니 그들도 흥이 나지 않는지 사진 속의 봄처럼 향기가 나지 않는다.
봄에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벌과 나비가 온 들판을 헤집으며 온갖 기화요초를 희롱하고, 향기를 퍼트리며 수정을 하고, 늙어 식어버린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온 세상이 봄바람에 들썩여야 세상이 아름답게 성장을 하는 법이다.
벌들이 사라졌다는 기사가 뜨고 코로나가 제아무리 극성이라도, 꽃이 피고 바람을 따라 알록달록 봄 치마 날리는 것을 보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어느 해 그 벌처럼, 수많은 벌들이 깨어나 날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날갯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