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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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 06:16
그 견고하던 아성이 드디어 무너지고 있다. 깊은 산 계곡을 하얗게 덮었던 눈과 얼음은 벌써 녹아내렸고, 개울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는 경칩도 오기 전 부리나케 뛰쳐나갔다. 들판에는 벌써 이름 모를 기화요초들이 온갖 빛깔의 꽃망울을 입에 머금은 채 터트리려고 기회만 엿보고 있다.
도심의 길가 화분은 어느새 구청에서 새 단장을 했는지 알록달록한 삼색제비꽃, 사계국화가 환하게 웃음을 짓고, 아파트 화단엔 어느새 매화가 망울져 꽃잎을 도도하게 펼치고 있고, 동네 젊은 할머니들은 유모차에 손자 손녀를 태워, 어린 생명들에게 따사로운 햇볕을 맛 보여주고 있다.
최근 신종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나들이하기가 개운치 않아 봄 기분이 날지 모르지만, 그래도 세상은 돌고 돌고, 계절도 돌고 돌아 봄이 왔다. 춘삼월이 되니 겨울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아침저녁 선선하던 바람마저 포근하게 바뀌고 있으니, 아침부터 춘곤증이 사람들의 넋을 빼앗아 나른하게 만든다.
아침 출근길 회사로 가는 오르막길을 몽롱한 표정으로 올라가는데, 작은 풀들이 길가 보도블록과 아스팔트를 파릇파릇 파먹고 있고, 봄바람이 불 때마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꽃향기가 실려 온다. 올봄에는 한 사람만 빼고 우리 모두 바람나게 코로나야 물렀거라. 훠어이 훠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