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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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07:11
나의 님은 오래전, 눈물 나게 맑은 어느 해 겨울, 나를 떠났다. 그렇게 떠나간 후 다시는 꽃이 피지 않을 줄 알았는데, 왜 봄만 되면 꽃이 피는가! 왜 매년 봄, 온갖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그때 그 웃음처럼 환하게 웃음 짓고, 향기를 뿌리며 꽃길로 단장하는가!
앞이 캄캄해지고 세상이 무너져, 내가 구겨져버린 것 같던 당시의 느낌은, 매년 피고 지는 꽃에 파묻혀 버렸는지, 이제는 그 암울함은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오히려 그녀의 왕방울 같던 마지막 눈동자가 밟고 갔을, 추억이 더 쓸쓸하게 느껴진다.
내 비록, 꽃이 피고 세상이 아름답게 변하는 것에 억지로 님을 갖다 붙였지만, 자연은 언제나 묵묵히 사계절을 돌리면서 우리 모두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아물게 함으로써 세상을 아름답고 살맛나게 만들어준다.
사람들은, 나이 들어 간혹 옛 연인을 만나고 싶다거나, 한번 얼굴이라도 봤으면 좋겠다고 들 하나, 나는 옛사랑이란 평행우주와 같아서 현실에 연결될 수 없고 연결되어서도 안 됨을 안다. 만약 정말로 저 길을 따라서 그녀가 온다면, 더욱 뼈저리게 아파올 나의 추억과 혼란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