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첫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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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시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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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첫물차

지수기 0 812
청명 첫물차


비 그친 차밭에는 초록 운무가 무성하고 구름 한 자락 봄 길을 휘감는다. 첫새벽 길어 온 약수로 찻물을 올리고 찻자리에 홀로 앉아 하늘빛 숙우에 우려낸 햇차를 마신다.

비취빛 첫 잔은 애잔한 삶의 맛이다. 떫고도 톡톡한.
취록색 둘째 잔은 정갈한 바람의 맛이다. 감칠 듯 부드러운.
맑은 녹색 셋째 잔은 넉넉함의 맛이다. 짜지만 그윽한.
연초록 넷째 잔은 나즉한 무생의 맛이다. 적적하고 향기로운.

처마 끝에서 찻물이 떨어진다. 능소화도 감물 치마 곱게 차려 입고 차를 마신다. 차밭 끝자락에서도, 길손의 찻잔에서도 하늘로 오르는 안개무는 찻물처럼 달다.


마셔도 마신 적이 없는 청명 첫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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