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충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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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시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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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에서

나무전나무 0 807
표충사(表忠寺)*에서
                      전 범 수
                         
 여인의 얼굴은
 그녀가 노점에 진열한
 도토리묵처럼 검었다.

 마흔한 살에 혼자되어
 이제 진갑이라는 여인은
 구운 지 오래된 풀빵처럼
 늘어져 있었다.

 ‘표충(表忠)’은 보이지 않았다.
 사자후(獅子吼)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풍경 소리만이 
 해거름의 산문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여인에게서 막걸리를 사 마시며
 막걸리보다 탁하고
 독한 그녀의 삶에
 나는 어둠처럼 취했다.


*표충사 : 경남 밀양시에 있는 고찰로, 임진왜란 때 승병(僧兵)사령부가 있던 곳.

        한국문학예술가협회 서울/경기지회 작품집 <아름다운 동행>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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