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충사에서
나무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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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5 19:21
표충사(表忠寺)*에서
전 범 수
여인의 얼굴은
그녀가 노점에 진열한
도토리묵처럼 검었다.
마흔한 살에 혼자되어
이제 진갑이라는 여인은
구운 지 오래된 풀빵처럼
늘어져 있었다.
‘표충(表忠)’은 보이지 않았다.
사자후(獅子吼)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풍경 소리만이
해거름의 산문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여인에게서 막걸리를 사 마시며
막걸리보다 탁하고
독한 그녀의 삶에
나는 어둠처럼 취했다.
*표충사 : 경남 밀양시에 있는 고찰로, 임진왜란 때 승병(僧兵)사령부가 있던 곳.
한국문학예술가협회 서울/경기지회 작품집 <아름다운 동행> 게재
전 범 수
여인의 얼굴은
그녀가 노점에 진열한
도토리묵처럼 검었다.
마흔한 살에 혼자되어
이제 진갑이라는 여인은
구운 지 오래된 풀빵처럼
늘어져 있었다.
‘표충(表忠)’은 보이지 않았다.
사자후(獅子吼)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풍경 소리만이
해거름의 산문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여인에게서 막걸리를 사 마시며
막걸리보다 탁하고
독한 그녀의 삶에
나는 어둠처럼 취했다.
*표충사 : 경남 밀양시에 있는 고찰로, 임진왜란 때 승병(僧兵)사령부가 있던 곳.
한국문학예술가협회 서울/경기지회 작품집 <아름다운 동행>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