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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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시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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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척지 1

호호 0 733
겨울 동안 주전자 속에서
푸른 바다 한 겹이 끓고 있다만
푸른 바다 한 겹 닳고 있다만
꽃새바람 부는 서울을 등지며
바다여, 내가 너에게 닿는다 해도
네게 닿아 영혼의 아픔을 적신다 해도
바다여, 사랑이거나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다
우리들 넋 속에 감금된 벌판 저 멀리
승냥이 늑대가 줄지어 울고
갈가마귀떼 같은 바람
불안한 땅을 후릴 때
감귤 껍질 벗기는 다섯 손톱 밑에서
어느날 믿음이 향기될 수 있으랴

외골수의 허무 숭숭한 벌판에
몇 그루 키 큰 미루나무가 서서
하늘 가까이 새둥지 들어 올렸다 해도
바다여 사랑이거나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다
몇 소절의 음악이 빠르게 음반을 지나고
촛불에 영혼 들이대는 밤에도
바다여,고독이거나 고독이거나
고독이 아니다
산당귀 뿌리는 같은 본능 하나
서럽게 살아서
버린 곡괭이 모습 삽날을 갈며
왕성한 식욕으로 내가 네게 가곺기
바다 밑을 말리는 태양이 되어
바다여 내가 네게 가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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