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위에 죽는 그대


    나는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요
    추억은 고요하나 고집스런 유혹,
    내 손 위에 낙엽이 떨어진다
 
    이제 나는 당신의 작은 길을 산보하지 않아요
    갈림 길에서 가지 끝 새들이 퍼덕인다
    당신 이름에 놀란 발없는 아픔이 날아간다

    여름 포스터 위에 그려진 달력이 찟겨져 나갈 때
    황토 벽 흙비늘이 마른 눈물처럼 무너진다
    그대 얼굴은 항상 소리없이 보이지 않는 계절의 문열고
    은박지 위에 상처내는 푸른꽃 그림자로 다가온다.

    여름 동굴에 사라진 언어 밀려들 때
    나는 잃어버린 열쇠로 검집을 연다

    푸른 검위로 보이는 그대,
    빛으로 반복되는 그대 죽이려
    나는 할복한다

    그대 손닿지 않는 시간의 벽장에
    나의 묵은 울음을 걸어놓으며
    살기 도는 밤을 푸른 검으로
    서걱 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