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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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시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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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활주로

김재훈 0 722
이하석*



   

 
                                  이하석


  활주로는 군데군데 금이 가, 풀들
  솟아오르고, 나무도 없는 넓은 아스팔트에는
  흰 페인트로 횡단로 그어져 있다. 구겨진 표지판

  그의 화살표 이지러진 채, 무한한 곳
  가리키게 놓아 두고.

  방독면 부서져 활주로변 풀덤불 속에
  누워 있다. 쥐들 그 속 들락거리고
  개스처럼 이따금 먼지 덮인다.  완강한 철조망에
싸여
  부서진 총기와 방독면은 부패되어 간다.
  풀뿌리가 그것들 더듬고 흙 속으로 당긴다.
  타임지와 팔말 담배밥과 은종이들은 바래어
  바람에 날아가기도 하고, 철조망에 걸려
  찢어지기도 한다, 구름처럼
  우울한 얼굴을 한 채.

  타이어 조작들의 구멍 속으로
  하늘은 노오랗다. 마지막 비행기가 문득
  끌고 가 버린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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