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작(獨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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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시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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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작(獨酌)

김재훈 0 556
독작(獨酌) : 류근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믿는 사람은

 

진실로 사랑한 사람이 아니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사람은

 

진실로 작별과

 

작별한 사람이 아니다

 


 

 


진실로 사랑한 사람과 작별할 때에는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이승과 내생을 다 깨워서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사랑을 살아가라고

 

눈감고 독하게 버림받는 것이다

 


 

 


단숨에 결별을 이룩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아

 

다시는 내 목숨 안에 돌아오지 말아라

 


 

 


혼자 피는 꽃이

 

온 나무를 다 불지르고 운다.

 

 

 


첫사랑/류근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내 삶은 방금 첫 꽃송이를 터뜨린

목련나무 같은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아도 음악이 되는

 황금의 시냇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푸른 나비처럼 겁먹고/ 은사시나무 잎사귀 사이에 눈을 파묻었을 때

 내 안에 이미 당도해 있는

새벽안개 같은 음성을

 나는 들었다.

그 안개 속으로

 섬세한 악기처럼 떨며

 내 삶의 비늘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곧 날이 저물었다.

처음 세상에 온 별 하나가

 그날 밤 가득 내 눈썹 한 끝에

 어린 꽃나무를 데려다 주었다.

 

날마다 그 꽃나무들 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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