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호시모음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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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시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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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호시모음 10편

류시호시모음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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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을 소묘

류시호

이층 양옥 고향 집
테라스 창가에
대추 꾸지뽕 익어가고
풍년가 부르는 농부들
가을이 찾아 왔다

오랜만에 만난 삼남매
자식들 손주 이야기
농촌에 밤이 내리고
사물놀이 악기연주에
온 동네가 활기차다

석류가 익어 가는 계절
우리 형제에게도
외국인이 함께 하는
사물놀이 팀도
흥겨운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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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귀로의 창

류시호

하루의 지친 마음
차창에 젖어오면
문풍지에 갸웃하는
차가운 바람에 실어 보내고
코끝에 맴도는
낙엽은
고향집 향해 날려보내자.

동구 밖 돌아서며
하양 우옵시던 얼굴
기적소리에 착잡함을 달래던
눈물로 얼룩진 기억들
공장 기계 소리의
가쁜 생활 속에
도회지의 밤이 내리면
까만 공간 속 그리움이 남는다.

시골집 석류 빨갛게 익고
텃밭 푸성귀에 밤이 스미면
서울로 떠난 자식 생각에
긴-동지야를 밤새운
당신의 마음을 새기며
엷은 봉투 속
가득히 채운 기억을 띄어도
돌아갈 수 없는 귀로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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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을이 지는 가을

류시호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물안개 내리는 강가에는
갈대와 나뭇잎 물들어가고
노을이 고운 시간에
낡은 사진을 꺼내보면
외로움이 앞을 가린다.

가을걷이 끝난 들판에는
풀벌레가 노을 뒤에 숨고
삶이 지칠 때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생각나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삶의 본능을 대변하는
고도가 오길 기다려본다.

늪지의 스으윽 사아악
바람과 갈대 울음소리에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고
팍팍한 심정으로 가슴 조이면서
낙엽 타는 냄새에 마음을 열고
노을이 숨어 버린 시간에
고도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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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삼천포 항구에서

류시호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비 내리는 삼천포 바다
아름다운 남해도 가는 길목

6백 년 전 이성계가
군주의 꿈을 품고
배를 타고 보리암을 갔다

마파람 부는 날
삼천포 케이블카에서
점점이 박힌 섬들을 바라보면

어떤 꿈이 내게로 올지
물안개 속 상념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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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해를 맞이하며

류시호

언덕 위
뜰이 넓은 양옥들
아파트와 이웃한
교회당에서는
한해를 보내는 종소리 울리고
어둠과 함께 사랑 풀어 마시는
찬송가 합창 소리에
아름다운 정적을 느낀다.

왜 이렇게
세월이 빠르게 흐를까
청년이라고 부르던 게 어제인데
쓸쓸한 마음 접고
북한산에 올라
떠오르는 해 바라보며
이마의 주름과 흰머리를 만진다.

하얗고 하얀
북한산 잔설을 밟으며
아내와
진달래 길에서
소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별빛 같은 희망을 나누어주고
새해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건강과 소망이 이루어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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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신발과 인생

류시호

검정 고무신 신고
시골길 걸었던 소년
사회에 나와선 멋진 부츠신고
명동에서 낭만을 즐겼다

인생 길 굽이굽이
신 중년을 넘는 동안
꽃길도 걸었지만
이제는 맨발로
흙 길을 걷고 싶다

검정 고무신 품고
무소의 뿔이 되어
가끔은 혼자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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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여름비 오는 날

류시호

공룡이 살았다는
전설의 땅 고성
아담한 정원이 있는
2층 테라스 창가에
초록색 비가 내린다.

처마에선 또 다른 세상의 빗소리가
타닥타닥 고향을 찾아 들어온다
고향 상념의 그리움이
빗방울로 모여오는 발걸음 소리

진한 커피 한 잔을 내려
창가에 앉았다
여름의 향기 좋은 빗소리가
들녘을 넘어
공룡을 찾으러 숲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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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우수

류시호

곱게 익어 가는
복숭아 마냥
투명한 얼굴에
코스모스를 닮은
청순하였던 그 소녀

백열등이 졸고 있는
산모롱이 따라
길게 늘어뜨린 머리
흐르는 빗물에 버려 두고
첫 마음을 앗아갔다

여울져 가는 빗소리에
잃어버린 미소 찾으려고
비 오는 밤
전설이 쌓인 창가에 서서
세월이 남긴 기억을 찾는다

레인 코드 걸친 소녀는
지금쯤 어디를 걷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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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추억 속의 봄길

류시호

어느 해 봄 날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을
아지랑이 따라서
자전거 타고
혼자 간 적이 있다.

먼 - 먼 기억 속이지만
저 길 모롱이에서 만난
들꽃 꺾어 든 소녀
눈빛이 왜 그리 따사로운지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는데

옛 기억이 봄 빛 속에
향기 되어 날리는데
행여 만날까
길 모롱이에 다 달았지만
그리움만 내게 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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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한해를 보내는 마음

류시호

무수한 사연을 담고
북풍에 몰려 맴돌아오는
낙엽은
지난 시절의 고운 꿈을 잔잔히 몰아오고

동구 밖 돌아서며
하냥 우옵시던 어머님의 전송(傳送)은
여린 가슴에
모진 생활을 심게 하여
이 오지게 추운 날 밤
가슴에서 가슴으로 뿌리깊은 사랑을 전해온다.

이 밤 매연 속 별빛 흐린 이 밤
당신의 숨결을
안으로만 삭히어
당신만을
믿음으로 흠뻑 사랑하고 싶다.

보신각의 종소리가 들리는 밤에
가만히 가슴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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