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을시모음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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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을시모음 8편

박가을시모음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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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박가을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가슴에
담백한 웃음으로 찾아와
세월을 안타까워하며 위안의
차 한잔에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

차가운 가을 밤바람 맞으며
내 곁에 앉아
내 이야기를 들어 줄줄 아는 사람

밤하늘에 별을 헤이며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짊어지고
길 떠나며
사색을 같이하여 작은 손잡아 줄 사람

지나간 추억 벗삼으며
내일의 미래를 열어 가는
내 영혼의 그림자
둘이 걷는 길, 동반자가 되어 줄 사람

문학을 사랑하며
다정한 마음의 편지를 써 줄 사람으로
인생의 예술을 이해 해 줄 수 있는 사람

가을을 닮아 가는 사람
바닷가 파도와 갈매기 소리
그 화음을 들을 수 있어
음악을 좋아하는
이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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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담벼락

박가을

쌓고 또 쌓다 지치면
헐겁고 널브러지게
내버려두는 것이다

높아서 보이지 않더라도
까치발로 훔쳐보더라도
그 높이만큼 마음에 벽은 쌓지 말자

아. 좁은 세상 지식을 쌓고
변명도 쌓다가 혹 허물어지면
반듯하지 못한 세상 눈높이만큼
진실이 서 있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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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둑놈

박가을

가을 낙엽의 추임새
스치는 바람 따라 가슴에 쌓였다
그대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
내 영혼은 도둑놈이다

나풀거리던 가을 냄새
더듬거리던 손수건 체취
이내 막혔던 가슴을 열어 버렸다
촉촉하게 젖은
한잔 술은 입술이 되어서
거짓 없는 고백 옅은 파열음이다

가을을 닮아 구겨진 연서
식어 버린 나무 이파리 날개처럼
주체할 수 업는 가을볕이 따갑다
카메라 앵글 그만
흠뻑 취해서 그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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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목가(木刻)침대

박가을

엊그제
불면증에 좋다며
도톰한 목각침대를 사왔다
눈이 스스로 감겼다

어둠은
커튼사이로
외출을 준비하고 있다
여름 열기를 식힐 겸
창 틈을
반 뼘쯤 열어 놓았다

시야에
눈을 마주쳤던 눈빛
천정을 뚫고
가슴 안으로 뚝 떨어졌다

그놈이
침대 모서리에
별빛으로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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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물 흐르듯

박가을

이제는
물 흘러가듯
세월을 아껴야겠다
찬 서리에
두 어깨가 시려도
두꺼운 외투를 걸치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물 흐르듯 가야겠다

빈가지 끝에
매달린 나무 잎새
안간힘을 써본들
바람 앞에 흔들거림을
그 누가 막을까?

그냥
창 너머
우두거니 서 있는
가로등을 바라보니
나도
저것을 닮았구나

바람 불면 부는 곳으로
물이 흐르면
흘러가는 곳까지
정처 없이 가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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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바람아 떠나지 마라

박가을

부르지 못한 이름이여
삼키지 못한 낱말 조각
오늘밤은
토막 난 글씨를 잘게 썰어 봤다

어둠을 삼키면서
별빛을 마시고도
그리움은 차갑게 다가왔다
차라리 거친 야수처럼
호수에 빠진 달빛
붙잡지 못한 그대 이름이다

부스스 헝클어진 머릿결
바람에 흩어지고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이 밤도 까맣게 그을린 어둠이다

흔적만 바라보다
남겨놓고 떠난 사랑이여
저 숨겨 둔 시간의 약속
수신자도 없는 엽서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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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산다는 것은

박가을

이 세상 기적같이 하루하루 산다는 것은
준비하지 못한 숙제다
삶의 무게 내려놓을 곳
등 떠밀려 이곳저곳 찾아 헤매는 때
처진 어깨 위에 품앗이하듯
온전한 일상을 꿈꿔 본다

사람처럼 산다는 것은
사람은 말했다 별것도 아니라며
물결처럼 흘러 흘러서 살다가
그 무게만큼 노력하면 끝이 보인다고

산다는 것을
입술로 고백하고 싶어서
가슴 깊이 뿌려 놓고도
알 수 없는 인생은 삼각관계
시름에 지쳐 아린 상처 주섬주섬 줍다보면
기적을 만든다고
사람은 이렇게 사는 것이라 말했다

산다는 것은
감당해야 할 숙명
인생 길 걷다 만난 사람
인연 이별하는 그 날까지
쌓고 쌓아도 준비된 그 자리
산다는 것은 부치지 못한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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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조각난 달

박가을

검정 선그라스를 벗어버렸다
안과 밖은
쌍곡선을 이루며 달렸지만
그 끝은 아직도 어둠이다

창 틈새로 칼
별이 쏟아졌다
가슴팍은
쏟아진 별꽃을 받아 마시며
차디찬 바람도
황량한 벌판 위에 서 있어야 했다

저런
뭉떵뭉떵 살을 에는 아픔
살얼음 조각은
달빛에 삼킴을 당하고도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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