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거룩과 하느님> 정현종의 시 '구두 수선소를 기리는 노래' 외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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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6
2010.06.25 13:21
<일상 속의 거룩과 하느님> 정현종의 시 '구두 수선소를 기리는 노래' 외
+ 구두 수선소를 기리는 노래
거리에 여기저기 있는
구두 수선소,
거기 앉아 있는 사람은 한결같이
평화롭다.
마음은 넘친다--
바라보아도 좋고
앉아 있어도 좋다.
작아서 그럴 것이다.
낮아서 그럴 것이다.
그것보다 더한 성소(聖所)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비로소
제자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현종·시인, 1939-)
+ 오늘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
(정채봉·아동문학가, 1946-2001)
+ 멜로드라마
멜로드라마는 눈물을 쥐어짠다
멜로드라마는 손수건을 적신다
비웃지 마라
멜로드라마가 슬프다면
그건 우리 삶이 슬프기 때문이다
멜로드라마가 통속적이라면
그건 우리 삶이 통속적이기 때문이다
보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만이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있지 않느냐
적어도 그들만큼은 겪어봐야 안다
삶을 연습하고 싶다면
우리는 멜로드라마에 기댈 수밖에 없다
거룩한 멜로드라마
위대한 멜로드라마
(강연호·시인, 1962-)
+ 면도를 하면서
아침마다 수염을 깎는 이 즐거움
나도 한 나라를 정벌할 수 있고
새로운 땅에 나라를 세울 수 있다는
이 유쾌함
나는 오늘도 나의 나라를 세운다
청청한 목소리로
세상을 향해 말한다
불의는 가라 불의는 가라
정의와 도덕의 나라를 세우리라
나는 오늘도 수염을 깎으며
새로운 나의 나라
자유가 초원처럼 펼쳐진
그 융성의 나라를 세운다
(윤수천·시인, 1942-)
+ 가을 산길
맑은 바람 속을 맑은 하늘을 이고
가을 산길을 가노라면
가을 하느님,
당신의 옷자락이 보입니다.
언제나 겸허하신 당신,
그렇습니다.
당신은 한 알의 익은 도토리알 속에도 계셨고
한 알의 상수리 열매 속에도 계셨습니다.
한 알의 개암 열매 속에도 숨어 계셨구요.
언제나 무소유일 뿐인 당신,
그렇습니다.
당신은 이제 겨우 세 살배기 어린아이의 눈빛을 하고
수풀 사이로 포르릉 포르릉
날으는 멧새를 따라가며
걸음마 연습을 하고 계셨습니다.
(나태주·시인, 1945-)
+ 까막눈 하느님
해도 안 뜬 새벽부터
산비탈 밭에 나와 이슬 털며 깨단 묶는
회촌마을 강씨 영감,
성경 한 줄 못 읽는 까막눈이지만
주일이면 새 옷 갈아입고
경운기 몰고
시오리 밖 흥업공소에 미사 드리러 간다네
꾸벅꾸벅 졸다 깨다
미사 끝나면
사거리 옴팍집 손두부 막걸리를
하느님께 올린다네
아직은 쓸 만한 몸뚱아리
농투성이 하느님께 한 잔,
만득이 외아들 시퍼런 못물 속으로 데리고 간
똥강아지 하느님께 한 잔,
모 심을 땐 참꽃 같고
추수할 땐 개좆 같은
세상에게도 한 잔....
그러다가 투덜투덜 투덜대는
경운기 짐칸에 실려
돌아온다네
(전동균·시인, 1962-)
+ 평범한 삶 속에 계시는 하나님
만약 하나님이 당신의 찬송가 속에만 계시고
당신의 타자기 속에는 계시지 않는다면
당신의 종교는 뭔가 잘못된 것이다.
만약 하나님이
당신의 부엌에 들어가 계시지 않는다면
당신의 부엌에 뭔가 잘못이 있다.
만약 당신이 하나님을
당신이 가는 오락 장소에 모시고 갈 수 없다면
당신이 즐기는 오락에 뭔가 잘못이 있다.
만약 당신이 하나님은
당신을 향해 웃지 않으신다고 생각한다면
하나님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 모두 영웅적인 하나님만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매일의 평범한 삶 속에 거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일이다.
(피터 마샬)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 구두 수선소를 기리는 노래
거리에 여기저기 있는
구두 수선소,
거기 앉아 있는 사람은 한결같이
평화롭다.
마음은 넘친다--
바라보아도 좋고
앉아 있어도 좋다.
작아서 그럴 것이다.
낮아서 그럴 것이다.
그것보다 더한 성소(聖所)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비로소
제자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현종·시인, 1939-)
+ 오늘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
(정채봉·아동문학가, 1946-2001)
+ 멜로드라마
멜로드라마는 눈물을 쥐어짠다
멜로드라마는 손수건을 적신다
비웃지 마라
멜로드라마가 슬프다면
그건 우리 삶이 슬프기 때문이다
멜로드라마가 통속적이라면
그건 우리 삶이 통속적이기 때문이다
보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만이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있지 않느냐
적어도 그들만큼은 겪어봐야 안다
삶을 연습하고 싶다면
우리는 멜로드라마에 기댈 수밖에 없다
거룩한 멜로드라마
위대한 멜로드라마
(강연호·시인, 1962-)
+ 면도를 하면서
아침마다 수염을 깎는 이 즐거움
나도 한 나라를 정벌할 수 있고
새로운 땅에 나라를 세울 수 있다는
이 유쾌함
나는 오늘도 나의 나라를 세운다
청청한 목소리로
세상을 향해 말한다
불의는 가라 불의는 가라
정의와 도덕의 나라를 세우리라
나는 오늘도 수염을 깎으며
새로운 나의 나라
자유가 초원처럼 펼쳐진
그 융성의 나라를 세운다
(윤수천·시인, 1942-)
+ 가을 산길
맑은 바람 속을 맑은 하늘을 이고
가을 산길을 가노라면
가을 하느님,
당신의 옷자락이 보입니다.
언제나 겸허하신 당신,
그렇습니다.
당신은 한 알의 익은 도토리알 속에도 계셨고
한 알의 상수리 열매 속에도 계셨습니다.
한 알의 개암 열매 속에도 숨어 계셨구요.
언제나 무소유일 뿐인 당신,
그렇습니다.
당신은 이제 겨우 세 살배기 어린아이의 눈빛을 하고
수풀 사이로 포르릉 포르릉
날으는 멧새를 따라가며
걸음마 연습을 하고 계셨습니다.
(나태주·시인, 1945-)
+ 까막눈 하느님
해도 안 뜬 새벽부터
산비탈 밭에 나와 이슬 털며 깨단 묶는
회촌마을 강씨 영감,
성경 한 줄 못 읽는 까막눈이지만
주일이면 새 옷 갈아입고
경운기 몰고
시오리 밖 흥업공소에 미사 드리러 간다네
꾸벅꾸벅 졸다 깨다
미사 끝나면
사거리 옴팍집 손두부 막걸리를
하느님께 올린다네
아직은 쓸 만한 몸뚱아리
농투성이 하느님께 한 잔,
만득이 외아들 시퍼런 못물 속으로 데리고 간
똥강아지 하느님께 한 잔,
모 심을 땐 참꽃 같고
추수할 땐 개좆 같은
세상에게도 한 잔....
그러다가 투덜투덜 투덜대는
경운기 짐칸에 실려
돌아온다네
(전동균·시인, 1962-)
+ 평범한 삶 속에 계시는 하나님
만약 하나님이 당신의 찬송가 속에만 계시고
당신의 타자기 속에는 계시지 않는다면
당신의 종교는 뭔가 잘못된 것이다.
만약 하나님이
당신의 부엌에 들어가 계시지 않는다면
당신의 부엌에 뭔가 잘못이 있다.
만약 당신이 하나님을
당신이 가는 오락 장소에 모시고 갈 수 없다면
당신이 즐기는 오락에 뭔가 잘못이 있다.
만약 당신이 하나님은
당신을 향해 웃지 않으신다고 생각한다면
하나님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 모두 영웅적인 하나님만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매일의 평범한 삶 속에 거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일이다.
(피터 마샬)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