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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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깨달음

[나무의 깨달음] 

나이를 먹고 보니 우리가 산다는 것이 나무랑 똑같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의 가장 아름다웠던 젊은 날에는 무수히 많은 비바람이 불었고 우리는 비바람 속을 열심히 뛰어다니며 아름답게 꽃을 피웠다. 

그런데 그 영원할 것 같던 아름다운 날들은 날리는 꽃잎과 함께 순식간에 흩어져 버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도 우리는 아프게 열매를 맺었는데, 곧이어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의 계절이 찾아와 우리를 괴롭혔다. 

우리는 그 폭염 속에서도 정열을 불태우며 우리를 성장시켰고, 뒤이어 찾아온 태풍은 우리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것처럼 세차게 불었지만 우리는 그 태풍을 맞으며 뿌리를 더욱 튼튼히 만들었으니 고난과 시련은 우리를 더 크고 멋지게 성장시켰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날이 추워지고 서리가 내리니 곧 열매를 떨구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아직은 미숙한 열매기에 떨구어 내는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자연의 섭리임을 알기에 기꺼이 떨구려 준비를 하고 있다. 

아울러, 깊어져 가는 가을과 함께 마지막 남은 불꽃을 되살려 나뭇잎을 아름답게 물들여야 한다. 떨어져 어디로 쓸려갈지 모르는 도로 옆 나무들도 버리고 물들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는 듯 아름답게 물들어 잎을 떨구고 있다. 나도 이제 비울 때가 되었으니 저 나뭇잎처럼 아름답게 물들어 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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