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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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사랑

[눈꽃 사랑] 

뉴스와 sns에서 첫눈이 왔다느니 눈이 온다느니 하면서 설레이고 있는데, 부산은 벌써 몇 년째 무소식이다. 부산사람들도 첫사랑이 있고, 옛사랑의 추억들이 태종대의 몽돌처럼 반짝이고 있고, 추억을 양식으로 커야 할 새싹들이 있다. 

몇 년째 뉴스로만 들어오던 북쪽 지방을 새하얗게 덮은 눈 세상에 대한 소문이 우리들 마음에 쌓여 우리들 가슴은 하늘까지 부풀어 올랐는데 올해도 하늘은 제 알 바 아니라는 듯 눈이 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눈이 오지 않는다면 첫눈이 내리면 만나 사랑을 나누자던 썸남썸녀들은 어쩔 것이며, 첫눈이 내리면 만나자며 굳게 약속하면서 떠나간 님은 어쩔 것이며, 첫눈이 왔다며 온 동네를 뛰어다닐 아이들과 강아지들은 또 어쩔 것인가? 

사람들의 이기심에 지구가 아무리 열을 받았다 할지라도 겨울이 되면 하늘은 세상에 눈을 내려야 한다. 수많은 선남선녀들의 만남과 수많은 중년 노년들의 추억과 지상의 무수히 많은 새싹들의 동심과 풍년을 위하여 눈을 내려야 한다. 

옛날처럼 자주는 아니더라도 몇 해 전만 해도 가끔은 눈이 내려 지금까지 지나온 우리의 어지러운 길을 다 지우고 더러운 세상을 잠시나마 아름답게 덮고 그녀를 내게 보내주곤 했었는데 이제는 몇 가닥 날리는 환영 같은 그대는 내 가슴에 쌓일 틈도 없이 눈물처럼 녹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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